중국은 왜 환율로 미국의 관세에 맞서는가?
"관세는 전쟁의 총탄이고, 환율은 그에 맞서는 방패다."
이 말은 미중 무역전쟁을 이해하는 데 꽤 적절한 비유다. 2018년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대중 관세 공격에 대해, 중국은 단순한 보복 관세 외에 더 정교하고 은밀한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것이 바로 환율정책이다.
이번 글에서는 중국이 어떻게 환율을 통해 미국의 관세에 맞서고 있는지, 실제 사례와 그 경제적 메커니즘까지 짚어보자.

관세의 본질과 중국의 고민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 내에서 중국산 제품 가격이 오르게 되고, 이는 중국 수출업체들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수출이 줄고, 경제 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때 중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가 환율 조정이다. 위안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면, 미국 달러로 환산되는 중국 제품 가격이 싸지게 되고, 관세 인상으로 인한 타격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2019년, 환율이 무기가 된 해
2019년은 이 전략이 본격적으로 실행된 시기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 3천억 달러 규모에 대해 10~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응해 중국 인민은행(PBoC)은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7위안 이상으로 유도했다.
이 조치는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7위안'이라는 수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위안화 신뢰에 대한 심리적 경계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선 위안화 약세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고, 관세 부담을 일부 흡수할 수 있었기에 이 카드를 과감히 꺼낸 셈이다.
환율 조정, 어떻게 가능한가?
중국은 '시장 기반의 환율 결정'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수준의 환율 통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 방식은 다음과 같다:
- 기준 환율 고시제
인민은행이 매일 아침 기준 환율을 고시하고, 실제 시장 환율은 ±2%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 외환시장 개입
인민은행이 직접 달러를 사거나 팔아 위안화의 수급을 조절한다. 달러를 사면 위안화는 약세, 달러를 팔면 위안화는 강세. - 자본 이동 통제
외국 자본의 유입과 유출을 통제해 급격한 환율 변동을 억제한다.
이는 자유로운 외환 시장을 운영하는 선진국과는 매우 다른 방식이다. 중국은 아직도 외환과 자본시장을 정부가 통제 가능한 전략 수단으로 보고 있다.
국제적 비판과 중국의 논리
미국은 이런 조치를 두고 **"환율 조작"**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환율을 인위적으로 낮춰 수출을 유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국제 무역 질서를 해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국은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 "우리는 환율을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있다."
- "위안화 약세는 미국의 관세 압박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일 뿐이다."
- "환율 조정은 국내 경제 안정을 위한 조치이지, 수출 촉진이 목적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일정 부분 중국의 입장을 수용해, 이를 ‘시장 개입’이라고는 했지만 ‘조작’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환율정책의 양날의 검
하지만 중국의 이런 환율 전략도 부작용이 있다.
- 자본 유출 우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자산 가치 하락을 우려해 중국 시장에서 자금을 빼내려 한다. - 물가 상승 압력
수입품 가격이 올라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다. 이는 국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 국제 신뢰 저하
통화 정책의 투명성이 떨어지면 외국 기업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
즉, 단기적으로는 방어에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체력에 부담을 주는 전략이다.
관세율이 145%이면 환율조작으로 대응이 가능한가?
관세율이 145% 수준까지 올라간다면, 단순한 환율 조작만으로 대응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효과가 극히 제한적이다. 왜 그런지 수치와 논리를 통해 단계별로 알아보자.
1. 환율 조작의 기본 효과 정리
환율이 하락(예: 1달러 = 6위안 → 1달러 = 7위안)하면,
- 중국산 제품의 달러 기준 가격이 내려가고,
- 이는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을 일부 상쇄함.
2. 관세 145%의 의미
105% 관세는,
예를 들어 $100짜리 제품에 $145를 더 붙여 총 $245에 판매되는 상황이다.
즉, 수입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약 2.5배 이상이 되어버리는 셈.
3. 환율 조작으로 얼마나 만회할 수 있나?
다음은 예시 계산:
시나리오 A: 환율 변동 효과
- 원래 환율: 1달러 = 6위안
- 위안화 15% 평가절하 → 1달러 = 7위안
→ 수출업자는 같은 물건을 더 싸게 달러로 팔 수 있음 → 가격 경쟁력 회복
→ 하지만 환율을 15~20% 이상 조정하면 자본유출, 인플레, 금융불안 등 부작용이 폭발적임.
→ 실질적으로 10~15% 조정이 현실적 한계라고 봐야 함.
4. 145% 관세를 상쇄하려면?
이론상, 관세 145%를 전부 상쇄하려면
환율을 50% 이상 절하해야 함.
예: 1달러 = 6위안 → 1달러 = 9위안 수준까지.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환율 붕괴 수준이어서 중국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려움.
5. 결론: 환율 조작만으로는 역부족
- 환율 조작은 관세가 10~25% 수준일 때나 유효한 대응책
- 145% 관세는 환율 조작만으로 커버 불가능
- 이 경우 보조금 지급, 수출 다변화, 내부 소비 촉진, 미국 외 시장 개척 등 복합 전략이 필요해짐
보충 요약
10~25% | 5~10% 절하로 대응 가능 | 높음 |
30~50% | 일부 대응 가능, 타격은 남음 | 중간 |
50% 이상 | 환율 조작만으로는 대응 불가 | 낮음 |
100% 이상 | 환율로 상쇄 불가능, 다른 전략 필요 | 매우 낮음 |